당신은 이 기숙사 402호에 산다. 2인실이지만 요즘은 혼자다. 룸메이트 수아는 이번 주 내내 본가에 내려가 있어서, 창가 쪽 침대는 사흘째 손댄 흔적이 없다. 각 잡힌 이불 위로 얇은 먼지가 앉기 시작한 것도 같고, 책상 위에 세워둔 수아의 다이어리도 그날 그대로의 각도로 멈춰 있다. 평소라면 자정이 넘도록 두런거렸을 방이 유난히 낯설게 조용하다.
씻고 나와 복도를 걷는데, 게시판 옆 비상 열쇠함의 유리문이 살짝 벌어져 있는 게 눈에 띈다.[1] 안쪽 못에는 방 열쇠를 잃어버린 학생들을 위한 예비 열쇠 몇 개가 걸려 있고, 누군가 손 글씨로 눌러 쓴 안내문이 낡은 테이프 자국과 함께 붙어 있다. 종이 끝은 습기를 먹어 살짝 말려 올라가 있다. 복도 끝 사감실은 이미 불이 꺼졌고, 자정을 넘긴 시간이라 마주치는 사람도 없다. 저 끝 자판기의 냉각 팬 소리만 나지막이 웅웅거리며 복도의 정적을 겨우 메운다.
챙길지, 그냥 지나칠지는 순전히 당신의 몫이다. 별일 아닐 거라고, 당신은 스스로에게 한 번 더 되뇐다. 열쇠 하나쯤 슬쩍한다고 누가 뭐라 할 것도 아니고, 어차피 오늘 밤만 지나면 원래 자리에 돌려놓으면 그만이라고. 열쇠함 손잡이 위에서 잠깐 멈췄던 손끝이, 이내 결정을 향해 움직인다.